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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가 현금을 묶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하나요? 재고회전율과 ABC 분석·안전재고로 보는 점검 4단계

재고가 현금을 묶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하나요?

출발점은 재고 금액이 아니라 회전 속도입니다. 창고에 쌓인 금액이 작년과 같아도 매출이 줄었다면 재고는 그만큼 더 오래 묶여 있습니다. 이것을 재는 숫자가 재고회전율이고 매출원가를 평균 재고로 나눠 구합니다. 여기서 365를 회전율로 나누면 재고가 팔리기까지 걸리는 일수, 곧 재고일수가 나옵니다. 이 일수가 늘어나는 동안 회사는 세금계산서 없이 현금을 꺼내 쓰고 있는 셈입니다. 품목 수가 많은 회사라면 전체 평균만 보지 말고 ABC 분석으로 품목군을 나눠야 어디서 돈이 잠겼는지 보입니다.

목차

창고에서 찾은 3년 된 포장재

제조업 경영 실무 자료를 모으다 보면 창고를 직접 보여 주는 대표들을 만납니다. 매출 80억 원대의 식품 포장 가공업체였습니다. 재무제표상 재고자산은 전년과 비슷했고 대표는 "재고 관리는 그럭저럭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창고에 들어가 보니 다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쪽 구석에 3년 전 단종된 제품용 포장 필름이 팔레트 네 개 분량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장부에는 원가 그대로 잡혀 있었습니다. 그 품목을 빼고 재고회전율을 다시 계산해 보니 포함했을 때와 꽤 차이가 났습니다. 전체 금액이 유지된 것은 잘 돌고 있어서가 아니라 안 팔리는 재고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였습니다.

이 회사는 먼저 품목별 마지막 출고일을 뽑았습니다. 1년 넘게 출고가 없는 품목을 따로 분류한 뒤 그 가운데 재사용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나눴습니다. 폐기와 할인 처분으로 장부에서 덜어낸 금액이 그해 영업이익의 몇 퍼센트에 해당했습니다. 손실을 인식한 셈이지만 그 결정을 미루는 동안에도 창고 임차료와 관리 인력은 계속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재고회전율은 무엇을 재는 숫자인가요

계산식 자체는 간단한데요. 분자와 분모를 무엇으로 쓰는지에 따라 값이 달라져 비교할 때 혼선이 자주 생깁니다.

지표계산식해석
재고회전율매출원가 ÷ 평균 재고1년에 재고가 몇 번 돌았는지
재고일수365 ÷ 재고회전율재고가 팔리기까지 걸리는 평균 일수
재고자산회전율(재무비율)매출액 ÷ 평균 재고자산외부 비교용. 매출총이익률이 섞여 들어감
현금전환주기재고일수 + 매출채권일수 − 매입채무일수현금이 묶여 있는 기간 전체

실무에서는 매출원가를 분자로 쓰는 쪽이 정확합니다. 매출액을 쓰면 이익률이 높은 회사가 재고를 잘 돌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처럼 외부 통계와 비교할 때는 그 통계가 쓰는 정의에 맞춰야 합니다. 업종 평균과 견주려면 정의를 통일하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평균 재고를 어떻게 구하느냐에 따라서도 값이 흔들립니다. 기초와 기말의 단순 평균을 쓰면 계절성이 있는 사업에서 왜곡이 큽니다. 성수기 직전에 재고를 쌓는 회사라면 월말 잔액 12개월 평균을 쓰는쪽이 현실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회전율이 높을수록 좋다고만 보면 곤란합니다. 지나치게 높으면 결품이 잦아 주문을 놓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 회전율과 결품률을 함께놓고 봐야 판단이 섭니다.

ABC 분석으로 품목을 나누는 이유

전체 평균 회전율은 문제를 감춥니다. 잘 도는 품목과 전혀 안 도는 품목이 섞인 채로 평균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ABC 분석은 품목을 금액 기여도에 따라 세 묶음으로 나누는 방법입니다.

  • A군: 전체 품목의 20% 안팎이면서 금액 비중은 70~80%를 차지하는 품목
  • B군: 품목 수 30% 정도, 금액 비중 15~20%
  • C군: 품목 수의 절반 이상이지만 금액 비중은 5~10%

나누기만 하고 끝내면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묶음별로 관리 강도를 다르게 둡니다. A군은 주 단위로 재고를 확인하고 발주 승인 단계를 두며 수요 예측을 따로 돌립니다. C군은 월 단위나 분기 단위로 보고 발주도 묶어서 합니다. 모든 품목을 같은 강도로 관리하려는 시도는 대개 실패합니다. 담당자의 시간이 C군의 수백 개 품목에 분산되는 동안 A군의 결품을 놓칩니다.

기준을 금액 하나로만 두지 않는 것도 실무 요령입니다. 금액은 낮지만 없으면 생산이 멈추는 부품이 있습니다. 반대로 금액이 크지만 대체 조달이 쉬운 품목도 있습니다. 금액 축과 조달 난이도 축을 교차해 네 칸으로 나누면 관리 우선순위가 더 분명해집니다. 금액이 작고 조달이 어려운 칸이 가장 자주 사고가 나는 자리입니다.

안전재고는 감으로 정하면 안 되는 이유

안전재고는 수요가 예상보다 많거나 납기가 늦어질 때를 대비해 더 두는 분량입니다. 많은 중소기업이 "한 달치 정도"라는 식으로 정합니다. 이렇게 두면 수요가 안정적인 품목에는 과도하고 변동이 큰 품목에는 부족합니다.

기준은 세 가지로 잡습니다. 수요의 변동 폭, 조달 기간, 그리고 결품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입니다. 수요 변동이 크고 조달 기간이 길면 안전재고가 커집니다. 결품 허용 수준을 높게, 거의 결품이 없는 쪽으로 잡으면 안전재고가 급격히 늘어납니다. 서비스 수준을 95%에서 99%로 올릴 때 늘어나는 재고는 90%에서 95%로 올릴 때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서비스 수준을 품목군마다 다르게 두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A군 핵심 부품은 높게, C군 소모품은 낮게 잡습니다. 조달 기간을 줄이면 안전재고도 따라 줄어듭니다. 실무에서는 이쪽이 가장 잘 듣습니다. 공급사와 발주 주기를 짧게 가져가거나 분할 납품으로 바꾸면 같은 서비스 수준에서 재고가 줄어듭니다. 재고 문제를 창고 안에서만 풀려고 하면 한계에 부딛힙니다.

계절성이 뚜렷한 사업은 안전재고를 고정값으로 두지 않고 분기마다 조정합니다. 성수기 직전 두 달과 비수기의 변동 폭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연초에 정한 값을 한 해 내내 쓰면 비수기에는 과잉, 성수기에는 부족이라는 최악의 조합이 나옵니다. 조정 시점을 달력에 박아 두기만 해도 이 문제의 절반은 사라집니다.

재고 지표를 KPI로 쓸 때 생기는 부작용

재고회전율을 부서 평가 지표로 걸면 숫자는 거의 항상 좋아집니다. 좋아지는 방식이 문제입니다.

첫째, 기말에 발주를 미루는 행동이 나옵니다. 평가 시점의 재고만 낮추면 되니 결산 직전 2주를 비워 두고 다음 기 초에 몰아서 발주합니다. 분모가 작아져 회전율이 올라가지만 그 사이 결품으로 놓친 주문은 지표에 잡히지 않습니다.

둘째, 불용 재고 폐기를 미루는 행동도 나옵니다. 폐기하면 그 기의 손실로 잡히기 때문입니다. 장부에 남겨 두면 자산으로 보이고 폐기하면 비용이 됩니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미루는 쪽이 유리합니다.

셋째, 구매 단가 중심 평가와 충돌합니다. 단가를 낮추려면 대량 발주가 유리하고 회전율을 높이려면 소량 발주가 유리합니다. 두 지표를 각각 다른 부서에 걸어 두면 회의 때마다 같은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지표를 묶어서 봐야 이런 행동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재고일수와 결품률, 불용재고 비중, 그리고 현금전환주기를 함께 올려 두면 한쪽만 좋아지는 조작이 어려워집니다. 평가 시점도 기말에 한 번 보지 말고 월말 평균으로 잡는 편이 낫습니다.

장부와 실물이 안 맞을 때는 어디부터 보나요

지표를 아무리 잘 설계해도 장부 수량이 실물과 다르면 전부 무용지물입니다. 중소 제조업에서 장부가 틀어지는 원인은 몇 갈래로 모입니다.

가장 흔한 쪽은 출고 기록 누락입니다. 급하게 생산라인으로 자재를 내보내고 전표를 나중에 올리는 관행이 있으면 시차만큼 장부가 틀립니다. 단위 혼용도 자주 걸립니다. 같은 품목을 어느 전표에서는 롤 단위로, 어느 전표에서는 미터 단위로 적으면 수량이 맞을 수 없습니다. 불량과 반품 처리 누락도 있습니다. 불량으로 폐기한 자재가 장부에 남아 있으면 그만큼 유령 재고가 쌓입니다.

실사는 전수보다 순환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A군은 월1회, B군은 분기 1회, C군은 연 1회로 나눠 돌아가며 셉니다. 전체를 한꺼번에 세려면 생산을 멈춰야 하고 그래서 해마다 미뤄집니다. 묶음별로 쪼개면 평소 업무 중에 소화됩니다. 실사에서 차이가 난 품목은 수량을 맞추는 데서 끝내지 말고 왜 틀렸는지를 기록해 둡니다. 같은 품목에서 반복해 차이가 나면 그 품목의 업무 절차에 구멍이 있다는 뜻입니다.

재고관리 점검 4단계

1단계는 품목별 마지막 출고일 뽑기입니다. 재고 금액 목록보다 이 목록이 먼저입니다. 엑셀로 품목코드, 현재 수량, 금액, 마지막 출고일 네 개 열만 만들면 됩니다. 1년 이상 출고가 없는 품목의 금액 합계가 첫 번째 숫자입니다. 이 금액이 월 영업이익보다 크면 바로 손을 대야하는 상태입니다.

2단계, ABC 분류입니다. 연간 출고 금액 기준으로 품목을 정렬하고 누적 비중 80%까지를 A군, 95%까지를 B군, 나머지를 C군으로 끊습니다. 처음에는 정교하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정교한 분류보다 관리 강도를 나눈다는 원칙을 세우는 쪽이 먼저입니다.

3단계에서는 A군 발주 규칙을 만듭니다. 품목마다 재발주점과 발주량을 정합니다. 재발주점은 조달 기간 동안 쓸 양에 안전재고를 더한 값입니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같은 판단이 나오도록 문서로 남깁니다. 구두로 전달되는 발주 기준은 인사 이동 한 번에 사라집니다.

마지막 4단계는 월간 점검표입니다. 재고일수, 결품 건수, 1년 이상 미출고 금액, 현금전환주기 네 줄짜리 표를 매월 같은 날 채웁니다. 숫자 네 개면 경영진 회의에서 5분이면 공유됩니다. 분기마다 업종 평균과 대조해 추세를 확인합니다.

처음부터 네 단계를 다 돌리기 어렵다면 1단계만으로도 효과를 봅니다. 마지막 출고일 열 하나를 추가하는 작업은 하루면 끝납니다. 그 목록을 경영진이 한 번 보는 것만으로 의사결정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숫자를 모르는 상태에서 "재고를 줄이자"는 지시가 내려가면 현장은 A군 핵심 자재부터 줄입니다. 가장 줄이기 쉬운 것이 그쪽이기 때문입니다. 목록이 있으면 줄일 자리가 명확해집니다.

FAQ

재고회전율은 몇 회 정도면 적정한가요? 업종에 따라 범위가 크게 달라 일률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신선식품 유통은 수십 회, 중후장대 제조업은 몇 회 수준입니다. 비교 대상은 업종 평균과 자사의 과거 추세입니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처럼 업종·규모별 재무비율을 공표하는 자료를 기준점으로 쓰면 됩니다. 절댓값보다 방향을 봐야 합니다.

불용 재고를 폐기하면 손실이 커지는데 미루면 안 되나요? 미루는 동안에도 비용이 발생합니다. 창고 공간과 관리 인력, 그리고 그 금액에 묶인 운전자본의 기회비용입니다. 의사결정이 왜곡되는 쪽이 더 큰 문제입니다. 장부에 자산으로 남아 있으면 재고회전율과 자산 수익률이 실제보다 좋게 보여 경영 판단의 기준이 흐려집니다. 처분 시점을 세무·회계 담당과 상의해 정하되 인식 자체를 미루지 않는 쪽이 낫습니다.

재고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면 해결되나요? 시스템은 기준을 자동화해 주는 도구이고 기준 자체를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ABC 분류와 재발주점, 안전재고 수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하면 입력 업무만 늘어납니다. 엑셀로 반년 정도 돌려 기준을 다듬은 뒤 시스템으로 옮기는 순서가 실패 확률이 낮습니다.

수요 예측이 어려운 품목은 어떻게 하나요? 예측 정확도를 올리려 애쓰는 대신 조달 기간을 줄이는 쪽으로 접근합니다. 공급사와 분할 납품을 협의하거나 복수 공급사를 확보해 리드타임을 짧게 만들면 같은 변동성에서도 필요한 안전재고가 줄어듭니다. 예측이 어려운 품목일수록 유연성에 투자하는 것이 재고를 쌓는 것보다 저렴합니다.

재고가 많은 것이 꼭 나쁜가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국면이거나 공급망이 불안정하면 의도적으로 재고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판단해서 쌓았는지 그냥 방치했는지를 따져 봐야 합니다. 전략적으로 쌓은 재고는 품목과 기간, 해소 계획이 문서에 적혀 있습니다. 방치된 재고는 그런 기록이 없고 담당자도 왜 거기 있는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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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 한국은행 2023년 기업경영분석 결과(해설 및 통계편) https://www.bok.or.kr/portal/bbs/P0000599/view.do?menuNo=200455&nttId=10087575
  2. 2025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 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do?num=282437
  3. 재고자산회전율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 업종별 기업특성의 차이 https://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199482
  4. ABC 분석 재고관리 방법: 핵심 품목과 발주 기준 정리 https://blog.stackcube.io/ko/abc-analysis-guide-for-inventory-management
  5. 재고 관리란? (SAP) https://www.sap.com/korea/resources/inventory-management